친할머니에 대한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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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aefh965 댓글 0건 조회 80회 작성일 20-06-21 18:03본문
술 한잔 마시고 자다가 돌아가신 친할머니 꿈을 꿔서 한번 써 봄 핸드폰으로 써서 두서가 없다는 것 이해 좀 ㅎ
아무튼
-어렴풋 기억나는 첫 기억
노란색 동전 지갑에서 지폐가 나온다.
분홍색인걸 보니 천원
"감사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때 외가에 도움을 받아
전세투룸으로 이사를 왔다.
친가는 9남매 우리 아버지는 여덟 째
낳아준 정 키워준 정은 어디로 갔을까
암으로 투병하다 돌아가신 친할아버지,
같은 암으로 투병하시는 친할머니를 여덟명이 내치고
우리집에서 모시기러 했다.
'내 방..'
내 방은 사라졌고 저녁에는 부부싸움으로 시끄러워졌다.
"시어머님을 모시는 건 힘들지 않지만
당신네 형제,남매들은 너무한다.
어떻게 얼굴 한번 비추러 오질 않느냐"
란 말이 어머니 입에서 버릇처럼 또는 습관처럼 나왔지만
아버지는 할 말이 없는 듯 입을 다물 뿐이였다.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내게 주섬주섬 천원짜리를 꺼내주시곤
"나가서 놀다 오렴" 하셨다.
할머니는 내게 옛날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꿈에서 뱀에게 세 번 물리면 암에 걸린다"
(이 부분은 자세히 생각 나지 않아 이렇게 표현함
'꿈에서 뱀에게 세 번 물리면 죽는다.' 였을 수 도 있음)
그 얘기를 듣다 잠든 나는 그날 밤 꿈에서 뱀에게 물려 피를 토했다.
시간을 흘러서 흘러 내 생일이 되었다.
내 친한 친구들과 친하지 않던 친구들,
생전 처음 보는 친구들까지 우리집에 놀러오게 되었다.
할머님은 손주놈 친구들이 반가웠는지 귀여웠는지
내 모든 친구들에게 다 인자하신 미소를 띄워주셨다.
하지만
같은 학년이지만 다른 반이라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남자애를 보시자마자 소리를 치셨다.
" 나가!! "
모두가 할머니를 쳐다봤다.
겁에 질린 듯 한 할머니는 그 남자애에게
"제발 우리 OO(본인)이랑 친하게 지내지마라.." 라며
주섬주섬 천원짜리를 꺼내어 그 애의 손에 쥐어주었다.
내 생일 파티는 엉망이 되었고 밤이 되어
난 다사 잠에 들었다.
커다란 뱀, 나를 향해 기어오고
나는 뱀에게 물려
다시 피를 토하다 잠에서 깨었다.
그 후 오랜 시간이 흘러
할머님은 돌아가셨다.
침대에 피를 토한 자욱
할머님의 동전 지갑
빼곡하지 않은 천원짜리 지폐..
잔디밭 위 볼록 튀어나온 땅
그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친할머니였다.
19년 쯔음이 지난 오늘
집에서 술을 한잔 걸치고 자는데
커다란 뱀이 내게 오더니 날 물려고 한다.
물리려는 찰나
오래 전 그 기억속에 우리 할머니가 내 손을 잡아주었다.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마지막 기억이 19년 전인 우리 할머니
오늘 내게 찾아와 기억을 더듬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