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의 세종 그리고 조선 후기의 정조 입니다.

하지만 정조가  즉위 내내 추진한 일인 문체반정을 보면 정조가 과연 개혁군주가 맞는가 싶습니다.

문체반정이란 한문의 문장체를 순수하고 바른 문체로 돌리자는 것입니다.(문체반정이란 용어는 정조 때 쓰인적이 없으며 조선사가 연구되면서

붙여진 단어입니다.)

개혁이라 하면 "정치/사회상의 구체제를 합법적, 점진적 절차를 밟아 고쳐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의 정치/사회를 이끄는 기본 체제는 바로 유교였습니다. 즉, 조선시대에서의 개혁은 바로 이 유교사회를 벗어던지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정조는 유교사회를 벗어던지려는 시도를 했을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정조는 성리학적 유교질서를 강화하려했던 군주였습니다.

18세기, 민간에서는 여러가지 소설이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청나라를 통해 서학이 조선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옛날 경전에 나오는 문체가 아닌 소설책에 나오는 문체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정조는 이런 풍조를 못마땅해합니다.

정조 12년, 서학의 폐단을 언급하며 금지해야된다는 상소가 올라오자 정조는 이렇게 말합니다.

"근래 문체가 난잡해지고, 소설을 탐독하는 폐단이 있으니 이 점이 바로 서학에 빠져드는 원인이다....중략....나의 생각에는 우리 도와 정학을

크게 천명하면 이런 일들은 저절로 없어질 것이라 본다....후략"

때문에 새로운 문물을 배우거나 문체를 익혔던 사람들은 강제로 교정되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사회 전반 분위기까지 확산이 됩니다.

열하일기로 유명한 박지원도 정조에게 반성문을 쓰기도합니다. 허생전, 양반전을 쓰며 세상을 비웃었던 박지원도 열하일기를 쓴 이후

별다른 작품을 남기지 못합니다. 물론 창작의 한계에 부딫쳤을수도 있겠지만 아마 정조에게 반성문을 썼기 때문이 아니였을까요?

과연 정조가 더 오래살았다면 조선이 개혁을 시도할 수 있었을까요? 오히려 더 과거에 매달리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정조는 뛰어난 정치력과 그만큼 받쳐주는 지식이 있는 훌륭한 군주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세계의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조선이 더욱 더 고립되게 만드는데 일조를 합니다.

출처 : 논쟁으로 본 조선